[사설] 슬픔 이기고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 정치가 걸림돌 돼선 안 돼

입력 2022-11-06 18:11   수정 2022-11-07 07:43

9일 만에 돌아온 매몰 광부의 생환은 ‘이태원 충격’ 와중이어서 더욱 귀한 소식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대사고로 나라가 슬픔에 빠졌기에 암흑 공간에서 221시간 만에 걸어서 나오는 모습은 더 감동적이었다. 삶의 숭고한 가치와 생명에의 의지를 다시 돌아보면서 어디 한 곳 예외가 없는 현대사회 ‘생활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태원 참사 발생 열흘이 지났다. 한 주간 국가애도기간도 끝났다. 원인과 책임 문제, 나아가 재발방지책을 놓고 성급한 갑론을박이 없지 않았지만 비교적 안정되게 추모와 반성, 성찰의 한 주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트라우마’가 청년들을 중심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로 살펴볼 때 대다수 젊은 세대는 차분하게 일상에 임하는 분위기다. 기성세대가 사실관계 확인도 안 된 자극적 주장이나 비상식의 논리로 아픈 기억을 들쑤시지 않는 게 중요해졌다. 사상자 주변이나 사고 현장의 젊은이는 찾아가면서라도 더 보살피고 육체적·심리적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다. 생활 안전에 대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조심과 자각도 필수다. 안전사회에 대한 내실을 다지려면 정부도 조기에 만능대책을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떨칠 필요가 있다. 사회 전반의 과도한 분노와 끝없는 슬픔을 경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슬픔으로 치면 이런 어이없는 슬픔이 또 있겠으며, 평상시의 놀라움으로 치면 이런 충격이 또 어디 있겠나. 하지만 냉철해져야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사회 일각의 ‘재난의 정치 쟁점화’ 조짐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중요해졌다.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나 행여 있었을 수 있는 은폐 의혹이 있다면 야당이 아니어도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적 슬픔을 기화로 과도한 정치공세에 나서선 곤란하다. 대한민국이 진정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촛불이 넘치는 격정의 밤거리에서 정파색 다분한 구호를 외치는 게 재발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세월호 침몰처럼 일부 진영이 유가족들의 일상 회복을 돕기는커녕 오랜 세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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